[한스경제 김서연]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가 한층 강해진 가운데 공정위를 향한 강력한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재벌개혁의 시발점을 독점으로 정조준하고 있다. 기존 은행들의 독점적인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바로 인터넷은행 출범이 늦어진 점이 독점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통의동 국정기획위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26일 서울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독과점, 담합 구조여서 활력이 떨어지고 '상속자의 나라'라는 평가를 받는 경제구조로 굳어졌다”며 저가 항공사 사례를 들었다.

그는 “두 개의 대형 항공사가 독점하던 구조에서 저가 항공사가 나와서 경쟁 구조가 강화됐고 고용은 몇천명씩 증가했다”면서 “늦은 감이 있지만 인터넷은행의 출현으로 담합 구조가 강한 은행산업에도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 실제 지난달 출범한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케이뱅크)는 ‘고인 물’이었던 은행권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존 은행들은 케이뱅크가 출범하던 날부터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대출이자를 적용한 이벤트를 실시하고 인터넷은행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잰걸음 중이다.

아직은 미미한 변화지만 케이뱅크보다 더 파급력이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카카오뱅크가 오는 6월 말 출현하고 기존 은행들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던 주택담보대출에도 발을 넓힌다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케이뱅크에 주문한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기존 은행산업의 독점을 깰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김 위원장의 말대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구조적 문제가 남았다.

은산분리 완화가 첫 번째 걸림돌이다.

지난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인터넷은행에 대해 “각 업권에서 현행법상 자격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은행 인가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인허가 과정을 개정, 진입장벽을 낮추는 대신 현재의 은산분리 규제는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지분 제한을 풀어주는 은산분리 완화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미 출범한 케이뱅크나 출범을 앞둔 카카오뱅크는 증자가 사실상 어려워 영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케이뱅크의 경우 이미 초기 자본금에서 시스템 구축과 서비스 개발 비용 등으로 절반 이상을 사용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증자가 결정돼야 대출 영업이 끊기지 않을 수 있다.

케이뱅크의 예대율이 70%대 초반으로 100%에 육박하는 시중은행에 비해 크게 낮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연체율 관리 없이 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할 경우 생존율 60%대에 그치는 미국의 인터넷은행을 따라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초의 인터넷 전문은행인 미국의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워크뱅크(SFNB)는 기존 은행보다 낮은 수수료를 앞세웠지만 무리한 금리경쟁, 자금운용 실패 등으로 결국 문을 닫았다.

미국에서는 37개의 인터넷은행 중 현재는 24개만 운영을 하고 있는 상태다. 생존율로 보면 64.8%에 그친다. 문을 닫은 은행의 대부분은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고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유동성 위기에 몰린 나머지 2년 내에 도산했다.

케이뱅크를 비롯해 카카오뱅크 등 앞으로 출범할 인터넷은행이 덩치가 커지고 세를 불려나갈수록 리스크 관리가 가장 중요해지는 이유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수익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리스크 관리가 선결조건”이라며 “초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없을지 여부가 여기서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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