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보험업계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제외한 채 비정규직 비율을 발표해 깜깜이 통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험사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하청 콜센터 직원이나 위촉 보험설계사로 사실상 비정규직에 해당하지만 정규직 전환대상에는 오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보험업계가 수십만명에 이르는 간접고용 노동자를 직접 포용하려면 충격이 큰 데다 ‘투잡’ 형태의 노동자도 많아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은 해법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 보험업계가 비정규직 비율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를 빼면서 깜깜이 통계를 발표한다는 지적이 이는 가운데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은 해법이 아니라는 반론도 팽팽하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의 통계 방침에 따라 비정규직 비율이 천차만별로 드러났다. 5월 말 현재, 악사손해보험의 비정규직 비율은 57%인 반면 ING생명의 비정규직은 0%였다.

겉으로는 악사손해보험의 고용환경이 눈에 띄게 불안정해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간접고용이 가능한 직원들을 통계에 넣었는지에 따라 희비가 극단적으로 갈렸다.

악사손해보험 등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은 보험사들은 콜센터 직원들까지 비정규직 비율에 포함한 반면, 0%대를 내세운 보험사들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통계에서 빼면서 통계적 착시를 야기시켰다.

따라서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험사 등 간접고용의 비중이 큰 업계를 대상으로 정규직화가 필요한 노동자를 별도 집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험사 콜센터 직원은 보험사의 운영 정책에 따라 보험사에 직접 고용돼 무기계약•단기계약을 하는 경우와 보험사의 하청 콜센터에 비정규직•정규직으로 고용되는 경우로 나뉜다.

만약 하청 콜센터에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 경우 보험사에 무기계약을 하는 근로자에 비해 노동안정성이 떨어지지만, 보험사 비정규직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보험설계사들은 애초에 소속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가 비정규직 노동자 통계에서 빠진다. 다만 보험설계사는 특수형태근로노동자로 묶인다. 특수 고용노동자란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프리랜서)에 속하지만 회사와 계약 관계로 근무해 노동자의 특성도 띠는 보험설계사 등을 칭한다.

특수고용직 보험설계사들은 위촉의 형식으로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해 근로 연계성은 높지만, 소속 노동자로는 인정받지 못하면서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당시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보장과 산재보험·고용보험 가입 의무화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보험업계의 특성상 간접고용자의 수가 업계 전체 정규직 종사자를 상회하는 등 규모가 커 완전 포용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또 보험설계사, 콜센터 직원 등으로 근무하며 또 다른 일을 하는 ‘투잡’ 노동자도 상당수로 무조건 정규직 전환은 해법이 아니라는 반론도 팽팽하다.

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보험설계사가 20만명을 넘고, 독점법인 대리점(GA)의 보험설계사까지 포함하면 50만명까지 추산된다”며 “콜센터 직원이나 보험설계사 전부를 정규직으로 포용하려면 보험업계가 직격탄을 맞아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설계사들도 완전 정규직 전환에 앞서 고용환경의 개선을 요구하는 현실적인 목소리가 높다.

오세중 보험인권리연대(전 대한보험인협회) 대표는 “보험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면 상당수가 스스로를 자영업자로 인식한다”며 “완전 정규직화보다 함부로 해촉(소속 설계사 임명을 끊는 것)하거나 지나치게 낮은 임금을 주는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설계사의 임금이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은 ‘투잡’만 막는 부작용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직접고용 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도 보험사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고용노동부 워크넷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를 기준으로 상주 근무자 중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율은 적게는 2%에서 높게는 22%로 나타났다. 국내사와 국외사 간의 차이가 특히 크게 나타나면서 고용환경에 따라 안정 정책을 다르게 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근무시간 탄력제를 활용해 노동 기회를 나누기도 한다. 알리안츠생명,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 생명 등이 유연근무제를 통해 근무 시간을 조정하고 있다.

허인혜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