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다음 달 26일부터 자영업자와 공무원 등도 개인형 퇴직연금(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지난 4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IRP는 가입자가 자기 부담으로 노후소득을 적립해 연금화할 수 있는 퇴직연금제도의 한 종류다. 이 부담금은 연간 최대 7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노후생활자금 저축 계좌에 들어가게 된다. 근로자가 여러 차례 직장을 옮기더라도 퇴직급여를 하나의 개인형퇴직연금으로 받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가입자 대상이 자영업자, 근속기간 1년 미만 또는 단시간 근로자, 퇴직일시금을 받는 재직 근로자, 공무원, 군인 등으로도 확대된다. 사실상 모든 취업자가 개인형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는 퇴직금 수령자나 퇴직연금 가입자만 IRP가입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약 730만명이 연간 최대 700만원의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입대상이 확대되면서 시중은행들의 고객 확보 경쟁도 막이 오를 전망이다.

▲ 표=김서연기자 brainysy@sporbiz.co.kr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영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우수 영업점의 사례를 공유하는 등 확대된 IRP 시장을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 중 빠른 곳은 지난 5월 8일부터 이미 사전마케팅 프로모션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인터넷뱅킹과 스마트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IRP에 가입한 고객에게 수수료 할인서비스 제공을 검토 중이다. 세제혜택, 연금수령 방법 등 IRP 상품에 대해 직원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의 개인형 IRP 수수료율은 0.4% 정도인데,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수수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비슷하다. 고객들에게 IRP 가입 확대와 관련한 안내사항을 메시지와 이메일을 통해 발송했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IRP 가입자 확대와 마케팅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들은 한편으로는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가 있어 아직 공격적인 마케팅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나오면서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해 불완전판매 정황이 드러났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수순을 밟게 될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지난 4월 시행령 개정안이 발표됐을 때부터 준비해 여러 가지 프로모션 방법이 있겠지만 미리 오픈하면 금융감독원의 과열경쟁 제재 등이 올까 걱정해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시작도 안했는데 오해받을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케팅을 일절 하고 있지 않다는 다른 은행의 관계자는 “지금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이 사전판매, 과당경쟁이다”며 “새로 추가되는 대상에 대해 마케팅을 어떻게 할지는 자체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영업점으로 공문을 보내거나 특별히 지시를 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7월은 돼야 틀이 어느 정도 잡힐 것으로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다.

여기에 반하는 의견도 나왔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IRP는 근로자 필수 가입 상품이기 때문에 건전한 경쟁이 붙으면 당국도 나쁠 것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은행에서는 이미 ‘사전판매’ 비슷한 정황이 포착됐다.

사전마케팅 고객에게 IRP 가입 상담 신청서를 받고 가입을 권유한 사례가 있었다. 매월 자동이체 금액을 얼마를 할건지, 가입 예정 날짜는 언제가 될지까지 받아두는 등 꽤나 구체적이었다. 하반기 평가에 IRP 사전마케팅 가중치를 부여하는 항목도 있었다.

이렇게까지 금융권에서 가입자 확대에 열을 올리는 데에는 IRP 상품 가입을 통해 ‘평생고객’으로 붙들어두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A은행 관계자는 “IRP는 보통 가입기간이 10~15년으로 장기거래고객화 하는데 도움이 되는 상품”이라며 “연금으로 길게 받을 시 당행을 계속 이용한다면 부수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길게 유치할 수 있는 상품들이 퇴직연금이나 일부 상품 밖에 없어서 (IRP 고객을) 유치하려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B은행 관계자도 “기존 퇴직금 재원 중심으로 형성됐던 IRP 시장이 세액공제 목적의 근로자 여유자금으로 그 중심축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며 “매년 비이자이익의 발생, 타 사업과 연계효과가 크고 장기 우량고객, 평생고객으로 만드는데 핵심적인 금융상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객들의 다양한 운용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C은행 관계자는 “IRP는 55세부터 수령이 가능한 상품이라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65세 이전 소득공백기에 대비책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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