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95) 총괄회장이 24일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신격호 시대’가 막을 내렸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오전 도쿄 신주쿠(新宿) 하쓰다이(初台)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이번에 임기가 만료된 신 총괄회장을 새 이사진에서 배제한 인사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은 1948년 ㈜롯데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롯데그룹을 창립한 지 약 70년 만에 사실상 롯데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 일본 계열사의 지주회사일 뿐 아니라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19%를 보유한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롯데제과와 롯데호텔 이사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롯데쇼핑 이사직도 내려놓는 등 자연스럽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수순을 밟아 왔다. 

현재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롯데알미늄 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다. 이마저도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8월에 물러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신 회장의 친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상정한 본인 등 4명의 이사 선임안과 신동빈 회장 등 현 경영진의 이사직 해임안은 부결됐다.

재일교포 사업가인 신 총괄회장은 1948년 도쿄에서 껌 회사인 ㈜롯데를 창업하면서 '롯데 신화'의 막을 올렸다.

1959년부터 한국에서 롯데와 롯데화학공업사를 세워 껌· 캔디·비스킷·빵 등을 생산했고,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인 1967년 4월 자본금 3,000만원으로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한국에서의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신 총괄회장은 1974년과 1977년 칠성한미음료, 삼강산업을 각각 인수해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국내 최대 식품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1973년에는 지하 3층, 지상 38층, 1,000여 객실 규모의 소공동 롯데호텔을 선보이면서 관광업에 진출했고, 1979년에는 소공동 롯데백화점을 개장하면서 유통업에도 본격 진출했다.

비슷한 시기 신 총괄회장은 평화건업사 인수(1978년·현 롯데건설), 호남석유화학 인수(1979년·현 롯데케미칼) 등을 통해 건설과 석유화학 분야에도 발을 뻗었다.

식품-관광-유통-건설-화학 등에 걸쳐 진용을 갖춘 롯데그룹은 1980년대 고속 성장기를 맞았고, 잇단 인수·합병(M&A)을 통해 오늘날 국내 재계 서열 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신격호 시대'는 2015년 7월 불거진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이사회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돼 한·일 롯데를 총괄하는 '원톱' 자리에 오르자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은 곧바로 부친을 앞세워 롯데홀딩스에서 신 회장을 해임하는 등 '쿠데타'를 시도했다. 

자신의 의지건 아니건, 쿠데타에 동참한 신 총괄회장은 결국 이 사건으로 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전격 해임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이어진 신동주·동빈 형제간 경영권 다툼에서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고, 결국 이달 초 대법원에서 신 총괄회장에 대해 한정후견인을 지정하면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김지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