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처음으로 유효기간을 생각해보게 만든 인터뷰였다. 배우 전도연은 드라마 ‘굿와이프’의 종영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며 “지금의 생각일 뿐”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전도연에게 이 드라마는 동명의 인기 미드, 11년만의 드라마 복귀, 극을 주도하는 분량 등 만만치 않았던 작품이었다. ‘굿와이프’를 끝낸 지금 이 순간을 다양한 각도에서 물었다.

-종영 소감부터 듣자.

“잘 마쳤다. 오랜만에 하는 드라마이기도 해서 버겁다 생각했다. 매일매일 도망치고 싶었는데 막상 끝내고 나니 현장에서 배우들, 스태프들과 즐거웠던 시간이 도망치고픈 마음보다 컸다. 혼자만의 힘으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눈물도 났다.”

-‘굿와이프’로 성취감을 느꼈나.

‘스스로 기특하고 감사했다. 1부부터 4부까지 대본을 받고 분량이 90% 이상이라 부담스러워 작가, 감독에게 말했다. 촬영에 들어가니 초반보다 분량이 줄었는데 그럼에도 대사가 많았다. 변호사 역할에 법정용어가 많아 대사를 못 외울 줄 알았다.”

-쇼윈도 부부로의 결말은 어땠나.

“내 마음에서의 결론은 누구하고도 이어지지 않는 엔딩으로 생각했다. 처음 나온 대본에는 ‘혜경이 태준의 국회의원 출마 기자회견에 가지 않는다’였다. 한국 정서상 혜경이 기자회견에 가는 게 나쁜 여자로 보일까 걱정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태준의 욕망, 야망을 이해하게 됐다. 15년을 살면서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을 태준의 넓은 어깨가 작아보이는 순간이 있어 깜짝 놀랐다. 태준은 해보려고 하고 옳다고 믿는 것만 보고 가는 사람이다. 그걸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혜경이었을 것이다(전도연은 말하는 도중 울먹이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지금 눈물은 만족감인가, 아쉬움인가.

“촬영하면서 되게 무서웠다. 4월 초반 촬영 때는 대본을 상의하면서 연기했는데 어느 순간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안됐다. 현장에서 대본을 받아 연기하는데 바꿀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무서웠다. 포용하고 가는 혜경을 놓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 끝나고 나니 허전하고 상실감이 컸다. 몰랐는데 ‘굿와이프’의 혜경이 참 많이 사랑을 받았다.”

-커튼콜 형식의 엔딩도 인상적이었다.

“감독이 대단하지 않나. 한 번도 보지 못한 엔딩이었다. 마지막 장면은 대본에 모든 인물들이 법정에 모여있다고만 표현됐다. 어떻게 보면 혜경도 나쁜 여자고, 태준도 불륜남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 이미지를 깨고 싶어 커튼콜처럼 만들었다고 해 신선했다. 자막의 ‘당신이 가장 소중합니다’도 좋았다.”

-후반부에는 혜경도 독해졌다.

“혜경이 갈수록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극중 상대 변호사였던 유재명이 ‘다행이다, 김혜경이 이러면 안 된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혜경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에 대해 아차했을 듯 싶다. 나 스스로도 아차했으니까.”

-원작과 한국적 정서 사이 괴리감은 없었나.

“원작대로, 한국적으로 가도 욕먹었을 것이다. 미국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한국적 정서를 가져가는 줄타기를 적당히 했다.”

-시즌2나 다른 드라마에 출연 의사는.

“시즌2 다른 배우들은 한다고 하던가?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감독조차 고개를 흔들었다. 16회까지 촬영하면서 과로로 쓰러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온갖 좋다는 약은 다 찾아 먹었다. 우리끼리 약국이라고 부르는 윤계상에게 비타민도 얻어 먹었다. 약 기운에 버티는지, 체력적으로 적응이 된 건지 몰랐는데 매니저가 적응이 됐다고 하더라. 그래서 또 드라마가 힘든데 마약처럼 중독성이 있다. 말로는 우아하게 영화배우로 남고 싶다.”

-드라마 현장은 금방 적응했나.

“11년 전 ‘프라하의 연인’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끼리 농담처럼 법정 (촬영을) 들어가면 노가다라고 했다. 법정 장면만 찍고 나면 살이 1kg 이상 빠졌다. 드라마는 반응을 보면서 진행되야 하기에 사전제작이 아니면 개선되기 어렵다고 들었다. 내가 어떻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유지태의 극찬, 윤계상은 도라인에 들고 싶다고 하더라.

“유지태와는 사석에서 본 적이 있는데 후배이긴 하나 너무 편해질 수 없는 사람이다. 연기할 때 한시도 긴장감을 놓칠 수 없어 감정 증폭이 컸다. 도라인은 뭔가? 아~ 전도연 라인! 처음 듣는데 행복하다. 윤계상은 챙겨주고 싶을 만큼 동생처럼 느껴졌다. 중원이가 혜경이를 잘 받아줬듯 현장에서 날 담아줬다.”

-나나와의 워맨스 케미도 특별했다.

“나나가 가진 에너지가 좋아 놀랐다. 연기든 모든 면에서 조금씩 뛰어났던 친구다. 눈빛이 되게 좋다. 혜경이 진짜 위로는 김단에게 받은게 아닐까. 나나도 김서형도 발음이 너무 좋아서 정보 전달 대사를 나 말고 둘에게 주라고 했다.”

-‘칸의 여왕’ 수식어가 주는 부담이 있나.

“그땐 몰랐는데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전에는 떨쳐버리려 노력했는데 지금은 그냥 받아들인다. 뜯어고칠 수 없는 것 같다.”

-의상과 헤어스타일도 인상적이었다.

“앞머리 욕 많이 먹은거 안다. 초반 헤어스타일이 공을 들여야 하는데 너무 불편했다. 어려 보이려 자른게 아니다. 혜경이가 자아를 찾는 모습이 보여져야 한다면 바꿔보자 하고 잘랐다. 옷은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이전에 누리고 살았던 게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해 입었다.”

-실제로 굿와이프인가.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평범한데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사는 것 같지는 않다. 어렸을 때는 인생의 전부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결혼하고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사랑만으로 살아지는게 아니더라. 우리가 사는 이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믿어주면 그게 결혼 생활이지 않나. 그렇게 살고 있다. 그래서 혜경을 이해한 것 같다.”

-딸이 예쁘다 소문났다. 배우를 꿈꾼다면.

“엄마의 직업을 정확히 잘 모른다. 테레비, 영화에 나오는 것만 안다. 한다면 말리고 싶다. 다른 직업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아~ 그런데 딸이 정말 예쁘다. 내 이마랑 코를 닮았고 남편과 날 잘 섞어 예쁜 것 같다.”

-눈가의 주름이 선명하다.

“자연스러운게 좋다. 내가 편해야지 보는 사람도 편하지 않나. 땡볕에서 촬영하는데 카메라 감독이 얼굴에 기미가 올라왔다며 보정을 얘기하는데 그냥 두라고 했다.”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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