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호/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흰머리가 엄청 많아졌어요."

두산 주장 김재호(31)가 올 시즌을 얼마나 치열하게 보냈는지 알 수 있는 한 마디다. 그는 올해 처음으로 주장을 맡았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아도 신경 쓸 부분이 많은 자리다. 김재호는 "혼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스타일이다. 올해 주장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흰머리가 엄청 많아졌다"며 한숨을 지었다.

하지만 치열하게 시즌을 보낸 만큼 최고의 결과를 받아 들었다. 올해 두산은 일찌감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고, KBO리그 단일 시즌 팀 최다승 타이 기록(91승)까지 기록 중이다. 주장인 그에게도 축하 인사가 쏟아진다. 김재호는 "21년 만에 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했는데, 주장으로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웃음 지었다.

사실 그는 몇 해전까지만 해도 백업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2004년 두산 1차 지명으로 프로에 데뷔했지만 팀 선배 손시헌(NC)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2013년 손시헌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기회를 잡았고, 지난해는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며 가치를 인정 받았다. 올해는 주장으로 팀을 이끌면서도 타율 0.306, 6홈런 75타점을 올리며 맹활약하고 있다.

힘들었던 시간은 그의 든든한 재산이 됐다. 주장 자리에 올라서도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어린 선수들을 더 보듬는데 신경을 썼다. 김재호는 "어린 선수들이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더 크지 못하고 주저 앉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런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이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며 "어린 선수는 선배의 한 마디에도 주눅이 들어서 플레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최대한 없애기 위해서 시즌에 들어가면서부터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했고 다들 잘 신경을 써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호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첫 FA(프리 에이전트) 자격도 얻는다. 선수로서는 자신의 가치를 평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하지만 김재호는 머리 속에서 FA에 관한 일을 모두 지웠다. 그는 "의식을 하고 타석에 들어가면 잘 쳐야 된다는 압박감에 스트레스를 받고, 성적은 더 안 좋아지더라"고 고개를 저었다. 대신 21년 만의 통합 우승은 꼭 이루고 싶은 목표다. 그는 "'두산은 항상 4강팀, 2인자'라는 수식어가 있었다. '올해는 (김)현수(볼티모어)의 빈자리도 있는데 우리가 우승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씻어내고, 새 스타들도 탄생하면서 더 좋은 성적을 내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우승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통합 우승이라는 기회가 쉽게 오는 게 아니지 않나. 기회가 왔을 때 꼭 잡고 싶다"며 목표를 전했다.

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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