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주말에 반 강제적으로 하는 사회공헌활동(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정말 싫어요. 좋은 일인데 안 할 수도 없고…. 사실, 시간만 때우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직장인 상당수가 느끼는 CSR에 대한 푸념이다. 

기업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기대가 높아지면서 주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규모 또한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정작 질적인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은 많지 않은게 현실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 범위와 규모가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행한 ‘2016년 주요 기업 및 기업재단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 255개사가 2015년 한 해 동안 지출한 사회공헌 규모는 2조9,020억5,073만 원에 달한다. 전년 2조7,148억6,467만 원 대비 6.8% 증가한 규모다.

주요 기업 재단 62개의 2015년 사회공헌 지출 규모도 3조3,903억7,645만원으로 전년 대비 1.91% 증가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의 규모가 커지고는 있지만 대부분 보여주기 식 일회성 행사도 많아, 진정성 있는 활동이 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대상(주)은 평일 근무시간을 활용해 사회공헌활동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 대상(주)

특히, 주말 또는 업무시간 외 봉사활동은 임직원들의 반강제성이 담보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로 활동의 진정성 면에서 꾸준한 지적을 받아왔다.

임직원들이 ‘강제 동원’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발적인 마음을 갖기도 어렵고 가족의 양해를 강요한다는 부담이 있다. 수혜자 입장에서도 기업의 주말 방문이나 야간 활동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주말을 할애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가운데 벌써 10년 이상 평일 근무시간을 이용,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이 있어 화제다. 대상㈜이다. 이 회사는 반드시 평일 근무시간을 이용해 봉사활동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상㈜의 평일 근무시간 중 봉사활동은 ‘나의 가족’과 ‘타인의 가족’을 함께 돌보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대상㈜은 전 임직원이 매월 1회 이상 의무적으로 평일 근무시간에 봉사활동을 하도록 제도화 했다. 부서별 참여율을 수치화 해 부서 고과에 반영함으로써 실질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평일 근무시간 의무봉사 원칙은 대상㈜이 2006년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한 이래 올해로 11년 째 유지되고 있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1년 간 대상㈜의 평일 근무시간 사회공헌활동을 시간과 금액으로 환산해보면, 총 10만4,665명의 임직원들이 평일 근무시간 중 36만4,479시간 동안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인건비로 환산하면 총 63억7,000만 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만약 주말과 근무시간 외 봉사활동을 추구했다면, 위 해당시간 만큼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은 셈이다.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이러한 활동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CEO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 이상철 대상㈜ 식품BU 사장은 평일 근무시간 중 봉사활동이 임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창의성과 애사심을 키우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이보라 대상㈜ 사회공헌팀 팀장은 “앞으로도 평일 근무시간 중 봉사활동의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평일 봉사활동은 봉사의 질적 향상과 봉사활동의 정례화 등 순기능 외에도 임직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 줌으로써 창의력 발현을 가능케 하는 긍정적 기능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많은 기업들이 평일 근무시간 중 봉사활동에 동참하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상㈜ 외에도 LG이노텍, 삼성SDS, 한화생명 등이 평일 근무시간 봉사제도를 운영하거나, 자발적인 봉사활동을 일정 범위 내에서 연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LG이노텍은 2014년부터 근무 시간 중 팀 단위로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주중 봉사제도’를 운영 중이며 한화생명 전 임직원은 연간 근무시간의 1%(약 20시간) 이상을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 SDS의 경우도 '꿈과 희망을 나누는 사회'를 사회공헌 비전으로 삼고 대표이사를 포함한 전 직원들이 연간 근무시간 중 1%인 20시간을 ‘나눔시간’으로 삼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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