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비대면채널이 금융권의 ‘루키’로 자리잡았지만 저축은행은 도리어 대면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대형계좌를 보유한 중장년층 고객이 대면채널을 선호하고, 저축은행의 지점이 타 금융업권보다 적다는 점 등에서 대면채널을 줄이지 않는 중이다. 디지털 금융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노인층이 저축은행로 흡수될 가능성도 보인다.

▲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들이 디지털 금융 바람에도 점포 수를 유지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우량고객인 중장년층이 비대면 채널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들이 디지털 금융 바람에도 점포 수를 줄이지 않고 있다.

전체 금융기관은 지점을 축소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영업점 수는 7,103곳으로 전년대비 175곳이 감소했다. 관련 통계를 기록해왔던 2002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반면 저축은행은 2016년 말 기준 324개에서 19일 현재까지 단 두 곳의 점포만 줄었다. 2013년 294개, 2014년 324개, 2015년 326개로 점포 수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저축은행이 최근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연 2.0% 금리에 대항해 금리를 2.34%까지 소폭 인상(업계 최고 우대금리, 4월 2주 기준)하면서 비대면채널을 캐시카우로 삼았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실세는 여전히 대면채널이 쥐고 있다. 도리어 대면채널 근육을 키워 중장년층 고객을 붙잡는다는 계산이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최대 0.84%p까지 높은 금리를 적용해 준다. 정기적금 고객 수도 금리에 정비례해왔다. 저축은행 수신 규모는 지난 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우량고객은 중장년층과 노인층이다. 1인당 예금자보호 금액 최대치인 5,000만원 이하 예금자는 청년층에서, 10억원 이상의 대형계좌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에 쏠려 있다.

지난달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연령대별 예금잔액 합계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중장년층(40~59세)의 저축은행 예금잔액은 오름세다. 10억원 이상의 예금은 50대부터 출발해 60~70대에서 두드러졌고, 50억원 이상의 대형 계좌는 70세 이후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저축은행 실무자에 따르면, 대면채널인 지점에서는 여신업무보다 수신업무 고객이 대부분이다. 지점을 찾는 노인층이 ‘손 안의 뱅킹’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 저축은행이 대면채널을 포기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6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인터넷뱅킹 이용자(최근 1년간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적 있는 사람) 가운데 70세 이상은 4.3%에 그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찾는 중장년층 예금 고객은 대면채널을 비대면채널보다 신뢰한다”며 “저축은행들이 비대면채널에서 우대금리를 적용해주지만, 우대금리를 포기하고라도 사람대 사람으로 거래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비대면채널을 운영 중인 저축은행은 SBI, 대신, 웰컴 등 다섯 곳 정도다. 나머지 저축은행은 오는 2018년을 목표로 공동 시스템을 구축해 비대면대출 채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여신업무에서 비대면채널이 늘어날 전망이다. 수신업무는 현재 기조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개발하고 있는 시스템은 표준신용도평가로, 대출 업무에서 비대면 상품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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