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가족 간 분쟁, 부끄러움 앞서”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것”
임종윤(왼쪽)·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임종윤(왼쪽)·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주인(주주)이 법원도 이기고, 국민연금도 이겼다.”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간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임종윤·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형제 측)이 자신들을 지지해준 소액주주들에게 이 같은 감사를 전했다.

지난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신성재 전무이사는 “임종윤·종훈 등 2인과 기타비상무이사 권규찬·배보경 등 2인, 5인의 후보자들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모녀(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와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서 형제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로써 OCI그룹과의 통합 역시 무산된 셈이다.

그동안 모녀 측은 상속세 마련을 위해 OCI와의 통합을 주장해온 반면,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전 사장은 반대하며 가족은 완전히 갈라섰다. 특히 모녀 측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거쳐 두 형제를 사장직에서 해임시키기도 했다.

소액주주들의 판단은 달랐다. 당초 형제 측이 보유한 지분율은 28.42%로 모녀 측(35%)에 밀리는 상태였다. 하지만 고(故) 임성기 한미그룹 회장의 고향 후배이자 개인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12.15%)이 형제 측에 서면서 이들의 지분율은 40.57%로 뛰어올랐다. 모녀 측 역시 또다른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의 지분 7%를 확보하면서 우호지분을 약 42.66%까지 끌어올렸다.

소액주주, 형제 측에서 선 까닭은

주총 당일까지 팽팽한 지분확보 싸움이 이어진 가운데, 투표 결과 '형제 측 52%' '모녀 측 48%'의 근소한 차이로 형제 측이 승리했다.

소액주주들이 형제 측을 지지한 배경에 대해 업계는 ‘지분가치 희석’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을 위해 주식을 새로 발행해야 하는데, 이 경우 자신이 보유한 지분이 희석될까봐 반대한 이들이 많았을 것이란 의미다.

임종윤·종훈 “주주의 승리…가족 간 분쟁 부끄러움 앞서”

임종윤 전 한미약품 사장은 주총 후 기자회견에서 “주주들이 법원도 이기고 국민연금도 이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녀 측을 지지한 국민연금과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을 꼬집으며 한 발언이다.

동생 임종훈 전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가족들이 다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면서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OCI와 부득이하게 표를 다투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부끄러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시급한 현안인 연구개발(R&D) 인재 명가의 명성을 회복하는 데부터 집중하겠다”고도 했고, 임종윤 전 사장도 “신약 후보물질은 확대하면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병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임종윤 전 사장은 주주에 대한 감사를 표하면서 “주주친화정책이라는 거창한 말보다 내년 이맘때 주총을 또 찾아와달라고 말하고 싶다”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같이 느껴지지 않는다)이 내년에는 올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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