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 최근 대우조선해양발(發) 국내 경제 ‘4월 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4월 만기가 돌아오는 4,400억원 회사채를 갚지 못해 파산하고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서 경제가 파국을 맞게 된다는 일종의 공포심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건설사가 상환해야할 대규모 회사채 역시 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대우조선해양(9,400억원), 현대중공업(6,800억원), 삼성중공업(6,000억원) 등 주요 조선사 10여개가 갚아야할 회사채 규모(순발행액)는 2조5,102억원에 달했다.

대우조선해양 채권에 디폴트가 발생하면 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 등이 발급한 RG(선박 건조 선수금 지급보증) 계약에 문제가 생기면서 다른 금융기관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게 4월 위기설의 핵심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열린 제191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최근 제기되고 있는 4월 한국경제 위기설이 과도한 측면이 있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며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도 24일 한국신용평가는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신용등급을 'B+'에서 'B'로 내렸다. 한신평은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돌아와 유동성 측면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대되고 있다”며 “회계정보 산출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지 못한 데다, 영업 내외의 추가 손실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유건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소난골(Sonangol)로부터 수주한 드릴십(원유 시추선) 2기의 정상적인 인도 및 약 1조원의 건조대금 회수가 지연되고 신규수주 부진으로 영업 내외의 자금부담이 심화되고 있다”며 “운영자금의 부족 기조가 지속되면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유동성 지원 한도 4조2,000억원 중 남은 것은 3,800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이어 “대우조선해양의 향후 만기 도래 회사채의 정상적인 상환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예상된다”며 “만기연장, 출자전환 등 회사채를 포함한 채무재조정 절차가 본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회사채 기한이익 상실에 따라 조기 상환 부담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더불어 주요 건설사가 갚아야 할 회사채 규모도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어서 4월이 아니더라도 국내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시장정보센터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올해 상환해야 할 회사채 규모는 올해 1조700억원에 달한다. 대우건설(3,500억원), 현대건설(3,000억원), 대림산업(2,300억원), SK건설·포스코건설·GS건설이 각각 2,000억원씩 등 국내 주요 건설사가 갚아야할 회사채 규모는 3조원에 육박한다.

건설경기가 침체되고 있는데다, 대우건설의 빅배스(부실자산의 대량 손실처리)로 건설사에 대해 금융당국과 신용평가사, 회계법인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차환은 꿈도 못꾸고 있다. 여기에 미청구 해외 공사 비중이 높은 일부 건설사에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선주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사들이 차환이 어려워지면서 만기 회사채 상환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부분 건설사들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할 수 있을 정도의 현금은 쌓아놓고 있지만, 해외건설 실적에 따라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해외 플랜트공사 미청구액 금액이 높은 편인 한화건설과 GS건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해운업발 위기설도 제기되고 있다. 오는 4월부터 글로벌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이 기존 4개(2M, G6, CKYHE, 오션)에서 3대제(2M, 오션, THE)로 재편되면서 2M에 ‘전략적 협력관계’로만 가입돼있는 현대상선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상선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국내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걱정이다. 2M에 속한 머스크와 MSC는 계약기간을 10년으로 하고 선복공유·선복교환을 한다. 이에 비해 현대상선은 계약기간 3년에 선복교환과 선복매입만 가능한 상태다. 해운업계에서는 한진해운 파산보다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진다는 ‘6월 대위기설’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얼라이언스 가입에 이어 최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도 부여받고(한신평 'BB') 하나하나 정상화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며 “한진해운의 파산 효과가 본격화되는 2~3달 이후에는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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